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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Day by Day 2011/09/17 09:02


싱가폴에서 티스토리에 접속이 되지 않은 이후,
나는 이 곳에 거의 오지 않았다.

대학원 시절을 마감해야 할 시기에 새롭게 시작했던 블로그 생활.
그저 하루하루 어딘가 끄적일 곳이 필요해서 시작했지만
역시 일기와 같은 글을 어딘가 남긴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정성과 관심이 필요한 일.

싱가폴로 떠나기 전에는 출발부터 돌아오기까지의 일들을 낱낱이 기록해보겠다고 결심했었다.
애정을 그득 담아
출국하기 전에 디렉토리도 하나 만들고....
스스로 야심차게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홈페이지는 볼 수 있더라도,
어드민에 접근이 되지 않으니 .... 도통 글을 쓸 수도 없고, 관리도 되지 않아서
결국 블로그를 다른 장소에 옮기고 말았다.

옮기기 전에는 잠시 고민했었다.
이 곳에 남겨진 글들을 지울 것인가, 말 것인가.
싱가폴에서 내가 살던 원룸에서는 이 곳에 접속이 되지 않았지만
PC방에 가면 접속이 되었기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커다란 모니터 앞에 앉아 생각했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내 인생에서 가장 큰 turning point가 남겨져 있는 이 곳.


지나간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본다.

사람의 기억이란, 참 우스운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당시에는 얼굴이 버얼겋게 올라올 수 밖에 없는, 부끄러운 기록이었다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기록은 ... 나만의 역사로 남게 되니...
그 때는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아도
생각외로, 나는 많은 것을 기억 너머로 보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시 돌아와
잊어버렸을지 모를 아이디와 password를 넣어 보니
딸깍, 하고 신기하게도 문이 열린다.
그것은 잊고 있었던 낡은 정원의 녹슨 철문에 열쇠를 끼어 넣어 돌리는 그런 기분.
책상 서랍 속 깊이 묻어두었던 일기장을 꺼내 보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 때 보다
나는 좀 더 세상을 알았겠지 싶지만

어쩌면, 그런 게 아닐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은
어딜 가든 '나' 라는 고유값을 가진 존재이니까.




@Bash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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